유명 가수 공연과 스포츠 경기 입장권은 물론 KTX·SRT 승차권까지 매크로를 이용해 대량으로 사들인 뒤 웃돈을 붙여 판매한 암표업자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올해 3월부터 6개월 동안 민생물가 교란범죄 특별단속의 일환으로 매크로 이용 암표 매매를 단속한 결과 126건을 적발하고 157명을 검거했다고 20일 밝혔다. 이 가운데 2명은 구속됐다.
경찰은 피의자들이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예매 경쟁이 치열한 표를 대량 확보한 뒤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나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웃돈을 받고 판매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단순한 개인 간 거래가 아니라 반복적·조직적으로 암표를 유통한 전문 판매업자들을 집중 단속했다는 것이 경찰 설명이다.
이번 단속에서 확인된 범죄수익 가운데 약 20억 원에 대해서는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 조치가 이뤄졌다. 범죄수익을 처분하거나 은닉하지 못하도록 사전에 재산을 동결한 것이다.
유형별로는 콘서트와 뮤지컬 등 공연 관련 사건이 61건으로 가장 많았다. 야구를 비롯한 스포츠 경기 암표 사건이 50건으로 뒤를 이었고, KTX·SRT 등 기차표를 포함한 승차권 관련 사건도 8건 적발됐다.
검거 인원은 공연 분야가 73명으로 가장 많았고 스포츠 64명, 승차권 11명 순이었다. 유명 가수 공연의 경우 팬들의 수요가 집중되는 시기에 매크로로 좌석을 선점한 뒤 고가에 되파는 행위가 반복적으로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피의자 연령대는 젊은 층에 집중됐다. 30대가 68명으로 전체의 43.3%를 차지했고 20대가 53명으로 33.8%를 기록했다. 디지털 예매 시스템과 온라인 거래 플랫폼에 익숙한 세대가 매크로 암표 거래에 대거 관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하반기 집중단속과 비교하면 단속 성과는 크게 늘었다.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적발된 사건은 21건, 검거 인원은 26명이었지만 이번 단속에서는 사건 수가 126건, 검거 인원이 157명으로 증가했다. 검거 건수와 인원이 각각 약 6배 늘어난 셈이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예매 시스템의 보안 취약점과 반복적으로 사용된 범행 수법도 확인했다. 동일한 수법이 재발하지 않도록 관련 예매처와 철도 운영사, 카드사 등에 취약점과 개선 방안을 통보했다.
매크로 암표는 정상적인 구매 기회를 가로채 소비자에게 추가 비용을 부담시키는 데다, 인기 공연과 교통편의 표를 사실상 일부 판매업자가 독점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민생을 침해하는 범죄로 지적된다. 특히 명절이나 대형 공연을 앞두고 거래가 집중되면서 피해가 커질 수 있다.
홍석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매크로를 이용한 대량 예매와 암표 판매는 국민의 공정한 구매 기회를 빼앗는 행위”라며 “부당한 이익을 챙기다 적발되면 형사처벌과 함께 범죄수익 몰수·추징 등 더 큰 책임을 질 수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추석 연휴를 앞두고 열차 승차권과 공연·스포츠 입장권의 온라인 암표 거래를 계속 점검하고, 반복적으로 표를 사들여 웃돈을 붙이는 전문 판매업자에 대해서는 추가 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