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골 부위에 침을 깊이 놓아 환자의 폐를 손상시키고 기흉을 일으킨 한의사가 1,400만원대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게 됐다. 한의사는 환자의 마른 체형이 기흉 발생에 영향을 미쳤다며 책임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시술 전부터 확인할 수 있는 신체적 특징인 만큼 의료행위에 반영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부산지방법원 제2-2민사부는 지난 7월 16일 환자 A씨가 한의사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B씨가 A씨에게 1,403만1,768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항소심 배상액은 1심에서 인정된 1,286만2,371원보다 116만9,397원 늘어났다.
사건은 2021년 8월 발생했다. A씨는 왼쪽 갈비뼈 부위 통증으로 부산의 한의원을 찾아 늑간신경통 진단을 받고 침술과 부항 치료를 받았다. 일주일 뒤 다시 한의원을 방문한 A씨는 왼쪽 늑골 부위에 침술과 침전기자극 치료를 받았다.
시술 뒤 침을 제거할 무렵 A씨는 왼쪽 가슴에 타는 듯한 통증을 느꼈고 호흡곤란 증상도 호소했다. B씨는 기흉 가능성을 설명하며 다른 병원에서 엑스레이 검사를 받도록 했다. A씨는 응급실에서 기흉 진단을 받고 흉관 삽관술을 받은 뒤 다른 병원으로 옮겨져 입원 치료를 받았다.
당시 A씨는 키 172㎝, 몸무게 54㎏으로 마른 체형이었다. B씨는 침 시술 과정에서 환자의 체형을 고려해 폐 손상을 방지할 주의의무가 있었지만, 왼쪽 늑골 부위에 침을 깊이 삽입해 폐를 찌른 것으로 판단됐다. B씨는 이 사건과 관련해 약식기소돼 벌금형을 받았다.
민사소송에서도 재판부는 B씨의 과실과 A씨의 기흉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원고에 대한 침술 치료 과정에서 주의의무를 위반해 침으로 원고의 폐를 찔렀고, 그 결과 기흉이 발생하게 한 과실이 있다”며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항소심의 주요 쟁점은 A씨의 마른 체형을 한의사의 책임을 제한할 사유로 볼 수 있는지였다. B씨는 A씨의 흉벽이 일반인보다 얇았고 이 같은 신체적 특성이 기흉 발생에 영향을 미쳤다며 과실상계 또는 책임 제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와 성별·연령·체중 등이 같거나 비슷한 사람들의 흉벽 두께를 비교할 자료가 없어 A씨에게 일반인보다 특별히 흉벽이 얇은 체질적 소인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오히려 재판부는 A씨의 마른 체형이 시술 전부터 외부로 드러나 있었던 만큼, 한의사인 B씨가 이를 고려해 침의 깊이와 방향을 조절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의 마른 체형은 침 시술 당시 이미 외부로 명백히 드러난 사항”이라며 “한의학 분야의 전문가인 피고는 이를 고려해 치료행위를 할 의무가 있었고, 이를 피해자 측 요인으로 봐 피고의 책임을 제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A씨가 청구한 3,074만1,598원 전부를 인정하지는 않았다. 기흉 치료비와 환자 이송비로 275만201원, 휴업손해로 128만1,567원을 인정했다. 휴업손해는 숙련된 타일공인 A씨가 기흉 치료를 위해 입원하거나 외래진료를 받은 9일을 기준으로 산정했다.
사고 이후 이어진 35일간의 추가 치료에 대해서는 이번 기흉과의 관련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A씨가 사고 전인 2014년경부터 흉통과 늑골 염좌·긴장, 늑골 골절 등으로 치료받은 이력이 있었고, 사고 이후 진료 내용도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체감정 과정에서 진행된 흉부 엑스레이와 MRI에서도 A씨가 호소한 통증 부위와 관련된 뚜렷한 이상 소견은 확인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일반적으로 기흉 치료에는 2~3주 정도 안정이 필요하지만 흉관을 제거하면 치료가 종료되고 후유장애가 남지 않는다는 신체감정 결과 등을 근거로 추가 치료와 사고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위자료는 1,000만원으로 정했다. 재판부는 A씨가 예상하지 못한 기흉으로 입원치료를 받으며 상당한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인정하면서도, 후유장해가 남지 않은 점과 사고 경위, B씨의 과실 정도 등을 함께 고려했다.
이에 따라 항소심은 치료비와 이송비, 휴업손해, 위자료를 합산해 B씨가 A씨에게 모두 1,403만1,768원을 지급하도록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환자의 신체적 특징이 의료행위 과정에서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사항이라면, 이를 의료인의 주의의무 판단에서 배제하거나 피해자 책임으로 돌릴 수 없다고 본 사례다.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