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퇴직금 규정 변경 사건을 무혐의 처분한 엄희준 전 부천지청장이, 수사보고서에서 핵심 증거를 누락시킨 데 이어 노동자들에게 통보되는 최종 '불기소 결정문'에서조차 사건의 핵심 쟁점을 삭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을 '민사 사안'이라며 불기소해놓고, 정작 당사자들에게는 그 판단 근거조차 숨기려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봐주기 수사' 논란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엄 전 지청장은 쿠팡 사건을 최종 불기소하기로 결정한 뒤, 노동자들에게 발송되는 불기소 이유 통지서에서 '취업규칙 무효 주장은 민사소송으로 다툴 부분'이라는 문구를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앞서 엄 전 지청장이 "민사재판에서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이유로, '불리한 규칙 변경을 노동자에게 알리지 말라'는 쿠팡 내부지침서와 관련 대법원 판례 등 핵심 증거를 수사보고서에서 빼라고 지시한 것에 이은 추가적인 증거 은폐 시도다.
결과적으로 노동자들이 받은 불기소 결정문에는 노동청이 기소 의견으로 제시했던 핵심 증거(내부지침서, 대법 판례)와, 검찰이 이를 배척한 이유(민사 사안)가 모두 누락됐다.
이러한 상부의 결정에 반발한 사건 담당 부장검사는 처분 직전, 검찰 내부망에 "핵심 증거와 판단이 누락됐으므로 그 근거를 남긴다"는 글을 올리고 대검찰청에 개인 명의의 의견서까지 전달하며 항의했다. 하지만 이 부장검사는 현재 상부 승인 없이 의견을 개진했다는 이유로 대검 감찰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