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들이 은행 대출을 상환하지 못해 보증기관이 대신 빚을 떠안는 대위변제 규모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불어났다. 고금리 기조와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중소·벤처기업의 재무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이다.
15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기술보증기금(기보)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보의 중소·벤처기업 일반보증 대위변제 순증액은 1조 4,258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 기록한 사상 최대치인 1조 1,568억 원을 1년 만에 갈아치운 수치로,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1조 31억 원) 규모를 훌쩍 넘어선 역대 최대 규모다.
대위변제는 중소기업이 은행 대출을 갚지 못할 때 보증기관이 이를 대신 상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2021년 4,904억 원 수준이었던 순증액은 4년 만에 3배 가까이 급증했다. 기업으로부터 회수한 금액을 제외하기 전인 전체 대위변제액 역시 지난해 1조 5,677억 원을 기록하며 2021년(6,702억 원) 대비 2.3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부실 징후를 나타내는 지표인 대위변제율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021년과 2022년 각각 1.87%에 머물렀던 대위변제율은 2023년 3.43%, 2024년 4.06%로 오른 데 이어 지난해 4.76%를 기록하며 3년 연속 상승했다. 보증을 받은 기업 100곳 중 5곳 가까이가 빚을 갚지 못하고 무너진 셈이다.
중소기업 현장의 위기감은 수치 이상으로 심각하다. 경기도의 한 부품업체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고환율로 인해 이자 비용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현장의 자금난을 전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은행권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 역시 최근 7년 만에 최고 수준을 경신하며 기보의 대위변제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박성훈 의원은 보증기관의 대위변제가 급증한다는 것은 중소기업의 자생력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신호라고 진단했다. 특히 회수율이 급락하고 보증 재원의 건전성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단순히 보증 규모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부실의 확산을 막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전문가들은 하반기 경기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더딜 경우 중소기업발 금융 부실이 경제 전반으로 전이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보증 시스템의 붕괴를 막기 위한 선제적인 구조조정과 함께 실질적인 자금 지원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번 통계는 중소기업의 부실 위험이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 정책 금융의 외연 확대를 넘어 부실 기업에 대한 선별적 지원과 재무 구조 개선을 유도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수반되지 않을 경우, 보증기관의 동반 부실은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