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의 올해 신입사원 초봉이 사상 처음으로 6000만원을 돌파했지만, 국책은행 내부에서는 오히려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정책금융기관이라는 안정성과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시중은행과의 임금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면서 젊은 직원들의 이탈이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2026년 기준 IBK기업은행 신입사원 초봉은 6022만원으로 집계됐다.
한국산업은행은 5674만원, 한국수출입은행은 5247만원 수준이다. 기업은행이 처음으로 ‘초봉 6000만원 시대’를 열었지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실제 체감 경쟁력은 이미 시중은행에 밀린 지 오래”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주요 시중은행들은 각종 성과급과 복지성 수당을 포함할 경우 신입 행원 초봉이 6500만~7000만원 수준에 형성돼 있다. 입사 첫해부터 최대 1000만원 가까운 차이가 발생하는 셈이다. 특히 연차가 쌓일수록 격차는 더욱 확대된다.
금융권에서는 대체로 과장급에 진입하는 6~7년 차부터 연봉 차이가 본격적으로 벌어진다고 보고 있다. 일부 시중은행은 성과급 규모가 연봉 수준을 뛰어넘기도 하면서, 국책은행 직원들 사이에서는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국책은행의 구조적 한계다.
국책은행은 사실상 시중은행과 동일한 인재 시장에서 경쟁하지만, 임금 체계는 공공기관 기준에 묶여 있다. 정부의 총인건비제 적용을 받기 때문에 성과가 좋아도 민간 금융권 수준의 보상 체계를 갖추기 어렵다.
올해 공공기관 총인건비 인상률은 3.5% 수준으로 결정됐다. 반면 금융노조는 8% 수준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차이가 장기적으로 국책은행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한다.
실제로 평균 근속연수도 짧아지고 있다. 기업은행 정규직 평균 근속연수는 2021년 209개월에서 지난해 195개월로 감소했다.
산업은행 역시 같은 기간 199개월에서 185개월로 줄었고, 수출입은행도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젊은 직원층 중심의 중도 퇴사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조직 내부의 고민으로 떠오르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전체 공공기관 평균 근속연수는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책은행 특유의 이탈 현상이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단순히 ‘연봉 수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높은 업무 강도와 책임 부담, 성과 압박은 시중은행 수준인데 보상 체계는 공공기관 틀 안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글로벌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정책금융 역할은 확대되지만, 현장 직원들의 처우 개선 속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책은행 내부에서는 성과 기반 보상 확대와 이익배분제 도입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기업은행 노사 역시 최근 보상체계 개편 논의를 진행 중이지만, 총인건비 규제라는 벽 앞에서 실질적 변화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국책은행은 여전히 우수 인재들이 선호하는 직장이지만, 예전처럼 ‘평생직장’ 개념은 많이 약해졌다”며 “민간 금융회사와의 보상 격차가 계속 커질 경우 핵심 인재 유출은 더욱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