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연일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며 증시로의 자금 쏠림 현상이 심화하자 은행권이 예금과 적금 금리를 일제히 상향하며 수신 잔액 확보에 나섰다.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은 물론 저축은행까지 가세해 금리 인상 경쟁을 벌이는 한편 타 업종과의 제휴를 통한 고금리 특판 상품을 잇달아 내놓으며 이탈하는 고객 잡기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금융권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은 지난 4일부터 거치식 예금인 퍼스트정기예금 금리를 최대 0.15%포인트 인상했다. 이번 조치로 1년 만기 금리는 2.55%, 2년 만기 금리는 2.95%로 각각 조정됐다. 퍼스트표지어음과 더블플러스통장 금리 역시 270일 기준 2.25%, 1년 만기 기준 2.55%로 상향됐다. SC제일은행 측은 시장 금리 상승분을 반영한 결과라며 고객에게 금리 혜택을 제공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도 같은 날부터 우리 첫거래우대 정기예금 금리를 구간에 따라 최대 0.30%포인트 올렸다. 6개월 이상 12개월 미만 금리는 연 2.1%로, 12개월 이상 24개월 미만 금리는 연 2.30%로 상향 조정하며 신규 고객 유입을 꾀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인 토스뱅크 역시 먼저 이자 받는 정기예금 금리를 12개월 만기 기준 연 3.0%까지 끌어올리며 공격적인 수신 확대 정책을 펼치고 있다.
저축은행 업계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저축은행중앙회 집계 결과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3.25%를 기록했다. 올해 초 2.92% 수준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몇 달 사이에 0.33%포인트가 급등한 수치다. 정기적금 평균 금리 또한 연 3.29% 수준을 유지하며 시중은행과의 금리 격차를 벌리고 있다.
단순한 금리 인상을 넘어 일상적인 활동이나 카드 이용 실적을 연계한 고금리 적금 상품도 등장했다. 하나은행은 달리기 기록에 따라 우대금리를 차등 적용하는 달려라 하나 적금을 통해 최고 연 6.0%의 금리를 제시했다.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통해 누적 달리기 거리가 500km를 넘어서면 연 2.5%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얹어주는 방식이다. 우리은행은 삼성카드 이용 실적을 조건으로 최고 연 10% 금리를 제공하는 삼성카드 우리 적금을 출시하며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은행권의 이 같은 행보는 최근 주식 시장으로 자금이 쏠리는 머니무브 현상이 가속화되는 상황과 맞닿아 있다. 증시 활황으로 예적금 잔액이 줄어들 경우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 재원 확보와 유동성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금리를 소폭이라도 인상해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고객층을 붙잡아두려는 방어적 성격의 조치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영업 현장에서는 고객들의 셈법이 복잡해지는 양상이 관찰된다. 주요 은행 창구에는 증시 투자와 예금 가입을 두고 수익률을 비교하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으며 은행들은 앱 메인 화면에 금리 인상 소식을 전면 배치하며 고객 유인에 집중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증시 활황세 속에서도 목돈을 안전하게 굴리려는 수요는 상존한다며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시기인 만큼 고객 유치를 위한 금융기관 간의 목적 중심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번 금리 인상 조치가 실질적인 자금 유턴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코스피 지수가 하루에도 수 퍼센트씩 등락하며 고수익을 기대하게 만드는 상황에서 0.1~0.3%포인트 수준의 금리 인상이 고객들에게 충분한 매력으로 다가오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중의 유동성이 이미 위험자산으로 이동한 상황에서 은행권이 내놓은 금리 카드가 자금 이탈 속도를 늦추는 방어막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가 향후 수신 시장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