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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간 전파 의심" 안데스 바이러스 공포에 카나리아 제도 입항 저지

이지원 기자 | 입력 26-05-10 14:34



남대서양을 항해하던 네덜란드 국적 크루즈선 "MV 혼디어스"호에서 한타바이러스 감염으로 승객 3명이 사망하고 6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선박은 당초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의 테네리페 항구에 정박해 승객들을 하선시킬 예정이었으나, 변종 바이러스의 육지 유입을 우려하는 현지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로 입항이 가로막혔다. 10일 새벽(현지시간) 테네리페 인근 해상에 도착한 선박은 항구에 접안하지 못한 채 바다 위에서 하선 및 귀국 절차를 논의 중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번 크루즈선에서 발생한 바이러스가 한타바이러스의 변종인 "안데스 바이러스"라고 공식 발표했다. 안데스 바이러스는 일반적인 한타바이러스와 달리 사람 사이의 밀접 접촉을 통해 전염될 수 있는 유일한 종으로 분류된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브리핑에서 "선내 밀폐된 환경에서 장기간 머문 승객들 사이에서 제한적인 사람 간 전파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사건의 시작은 지난달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를 출발한 직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출항 6일째 되던 날 네덜란드 출신 70세 남성이 발열과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다 숨졌고, 이후 그의 아내와 독일인 여성 승객이 차례로 목숨을 잃었다. 이들은 모두 남미 여행 중 설치류의 분변에 오염된 환경에 노출됐거나 선내에서 첫 확진자와 밀접하게 접촉한 것으로 추정된다.

카나리아 제도 현지 분위기는 극도로 경직되어 있다. 테네리페 항구 인근에는 입항 반대 피켓을 든 주민들이 모여들었고 "코로나19의 고통이 채 가시기도 전에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를 실은 배를 들일 수 없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스페인 당국은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배를 항구에 붙이지 않고 해상에서 검역과 이송을 진행하는 비상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고려대 의대 백신혁신센터 정희진 센터장은 "크루즈선은 감염병이 발생하면 확산 위험이 매우 높은 구조"라며 "안데스 바이러스는 치명률이 최대 50%에 이르는 폐증후군을 유발할 수 있어 조기 보조 치료가 필수적이지만 현재로서는 승인된 백신이나 특이 치료제가 없는 실정"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정 센터장은 일반적인 호흡기 전파 감염병에 비해서는 전파력이 낮으므로 과도한 공포에 매몰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국내 보건당국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안데스 바이러스를 매개하는 설치류가 국내에 서식하지 않아 공중보건학적 위험도는 낮은 것으로 평가하면서도, 남미 지역 여행객들에게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임승관 질병청장은 "아르헨티나와 칠레 등지를 방문한 뒤 발열이나 호흡곤란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의료기관을 방문해 여행력을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MV 혼디어스"호에는 20여 개국 출신 승객과 승무원 140여 명이 격리된 상태로 머물고 있다. 각국 정부는 자국민 압송을 위한 전세기 투입을 논의 중이지만, 카나리아 제도 주민들의 입항 거부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해상 격리 상태에서의 의료 지원 공백 문제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번 사태는 국제 크루즈 관광의 방역 체계와 해외 유입 감염병에 대한 국가 간 공조 능력을 다시금 시험대에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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