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천원미경찰서는 10일 술에 약물을 타 남편을 살해하려 한 혐의로 40대 여성 A씨와 태권도장 관장 B씨를 구속했다.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은 이날 오후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진행한 뒤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A씨와 B씨는 지난달 25일 경기도 부천시 소재 50대 남성 C씨의 주거지 냉장고에 치사량에 가까운 약물을 섞은 술을 넣어두는 방식으로 C씨를 살해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태권도장 관장과 직원 관계로 파악됐으며, 범행 전 공모 과정을 거친 것으로 확인됐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위해 법원에 출석한 관장 B씨는 범행 인정 여부와 계획 시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고개를 숙인 채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뒤이어 호송차에서 내린 아내 A씨 역시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법정으로 향했다. 심사는 약 1시간 동안 진행됐다.
경찰이 확보한 진술에 따르면 B씨는 자신이 처방받아 보관 중이던 우울증 및 공황장애 치료제 60정을 가루 형태로 빻아 A씨에게 전달했다. A씨는 이 분말을 남편 C씨가 평소 마시던 술에 섞어 냉장고에 보관했다. C씨가 해당 술을 마시지 않아 실제 인명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으나, 투입된 약물의 양은 생명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수준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사건에 쓰인 약물은 과거 서울 강북구 모텔에서 발생한 연쇄살인 사건의 피의자 김소영이 사용했던 벤조디아제핀 계열로 알려졌다. 해당 성분은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진정 효과를 내지만 과다 복용 시 호흡 억제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다만 경찰은 피의자들의 진술 외에 실제 술에 섞인 성분을 정밀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한 상태다.
현장에서는 피의자들이 과거의 강력 사건 범행 수법을 모방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이 사용한 약물의 종류가 과거 사건과 유사한 점은 인지하고 있으나, 특정 범죄를 모방했는지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현재까지 피의자들은 구체적인 범행 동기에 대해 입을 열지 않고 있다.
경찰은 구속된 두 사람을 상대로 범행 준비 기간과 통화 기록, 포털 사이트 검색 이력 등을 분석해 계획범죄의 입증에 주력할 방침이다. 국과수의 약물 감정 결과가 나오는 대로 성분의 위험성과 살해 의도 사이의 연관성을 보강 수사할 예정이다.
피의자들의 진술이 엇갈리거나 구체적 동기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경찰이 모방 범죄 가능성과 약물 입수 경위를 얼마나 명확히 규명할 수 있을지가 향후 재판 과정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