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구조사에게 심장 초음파 촬영을 시켜 면허가 정지된 의사들이 대법원 판결에 불복해 헌법소원을 냈으나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헌법재판소는 대법원 판결이 의사들의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청구를 각하했다.
헌재는 지난 11일 심장혈관내과 전문의 A씨 등이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대법원 판결이 취소 대상이 아니라고 결정했다. 이번 사건은 의사 지시 하에 이뤄진 응급구조사의 초음파 촬영을 무면허 의료행위로 규정한 하급심 판결을 대법원이 확정하자, 의사들이 새로 도입된 재판소원 제도를 통해 헌재의 문을 두드리며 불거졌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병원에 근무하던 A씨 등은 약 10개월간 1급 응급구조사에게 심장 초음파 촬영 업무를 맡겼다. 보건복지부는 이를 무면허 의료행위 교사로 판단해 면허 자격 정지 1개월 15일의 처분을 내렸다. 의사들은 응급구조사가 의사의 지시와 감독을 받았기에 위법이 아니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재판 과정에서 의사들은 간호사와 임상병리사의 초음파 촬영이 허용된 판례와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인정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근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법원은 응급구조사의 촬영은 진료보조행위의 범위를 벗어난다고 보았다. 특히 촬영 당시 의사가 현장에 입회하거나 실시간으로 지도·감독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는 점이 패소의 결정적 원인이 됐다.
대법원 역시 지난 3월 이들의 상고를 심리불속행 기각하며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에 의사들은 지난 3월 개정된 헌법재판소법 제68조에 따라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 자체를 취소해달라는 재판소원을 청구했다. 이 제도는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한 사법개혁 법안 중 하나로, 확정된 재판일지라도 기본권을 침해했다면 헌법소원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도록 한 길이다.
헌재는 의사들의 청구가 헌법소원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을 통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이 해당 재판으로 인해 침해됐다는 사실이 명백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의사들의 주장이 실질적으로는 법원의 사실인정이나 법률 적용의 적절성을 따지는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이는 단순히 결과에 불복하는 행위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이번 결정으로 응급구조사의 초음파 촬영 지시에 대한 사법적 판단은 최종 마무리됐다. 헌재는 의사가 물리적으로 가까운 공간에서 실시간으로 지켜보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진 응급구조사의 촬영은 의료법 위반이라는 법원의 해석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확인했다.
법조계와 의료계는 이번 헌재의 각하 결정이 향후 재판소원 제도의 운영 방향을 가늠할 지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법률 적용의 당부를 다투는 일반적인 상고 이유만으로는 헌재의 재판 취소 결정을 끌어내기 어렵다는 점이 재확인됐기 때문이다. 의료 현장에서는 응급구조사의 업무 범위와 의사의 지도·감독 기준을 둘러싼 엄격한 잣대가 유지될 전망이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업무 범위의 모호함이 여전하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헌재는 법원의 구체적 사실관계 판단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분명히 했다. 이번 결정으로 인해 직종 간 업무 영역을 둘러싼 갈등과 의사의 지시 감독 책임에 대한 논의는 한층 더 정교해진 법적 기준을 마주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