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환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12일 구미시청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김장호 구미시장을 향해 최근 불거진 논란에 대한 대시민 사과를 촉구했다. 이 전 행정관은 이 자리에서 "정치인은 위기의 순간일수록 정직하고 앗쌀해야 한다"며 모호한 태도로 일관하는 시정 운영 방식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회견은 오전 10시부터 약 30분간 진행됐다. 이 전 행정관은 준비해 온 원고를 읽어 내려가는 동안 수차례 시청 본관 건물을 가리키며 강한 어조로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최근 구미시의 행정 결정 과정에서 발생한 각종 잡음이 시민들의 불신을 키우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김 시장이 직접 나서서 결자해지할 것을 요구했다.
논란의 핵심은 최근 구미시가 추진한 대규모 사업의 절차적 투명성 결여와 이에 따른 예산 낭비 지적이다. 일부 시민단체는 사업 선정 과정에서 특정 업체와의 유착 의혹을 제기했고, 시의회 내부에서도 관련 자료 제출 거부를 이유로 거센 항의가 이어져 왔다. 김 시장은 그간 실무 부서의 판단이라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해 왔으나, 이 전 행정관은 이를 시장의 책임 회피로 규정했다.
현장에는 이 전 행정관의 지지자들과 취재진, 시청 관계자들이 뒤섞여 혼잡한 상황이 연출됐다. 이 전 행정관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며 "잘못이 있다면 매를 먼저 맞는 것이 구미 사나이의 방식"이라며 김 시장의 정면 돌파를 거듭 압박했다. 반면 구미시청 측은 해당 사안에 대해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이 전 행정관의 이번 행보는 차기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내 정치적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출신이라는 상징성을 활용해 현직 시장의 실정을 부각함으로써 보수 진영 내 대안 세력으로서의 입지를 다지겠다는 포석이다. 특히 정직과 앗쌀함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기존 행정 중심의 시정 운영과 차별화된 정치인으로서의 면모를 부각하는 구조를 취했다.
구미 지역 정가에서는 이 전 행정관의 발언이 보수 지지층 내부에 균열을 일으킬지 주목하고 있다. 김 시장을 지지하는 측에서는 근거 없는 정치 공세라고 반발하는 반면, 시정에 비판적인 측에서는 가려운 곳을 긁어줬다는 반응이 엇갈린다. 양측의 대립이 격화되면서 당분간 구미시청 안팎의 긴장감은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김 시장이 이번 요구에 응해 직접 사과에 나설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다는 것이 지배적인 시각이다. 사과 자체가 의혹을 인정하는 모양새로 비칠 수 있다는 정무적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침묵이 길어질수록 이 전 행정관이 제기한 정직성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향후 구미시의 대응 수위와 이 전 행정관의 추가 행동 여부에 따라 이번 사안은 단순한 지역 논란을 넘어 지역 보수 진영의 주도권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김 시장이 실무적인 해명을 넘어 정치적인 결단을 내릴지가 이번 사태의 장기화 여부를 가를 핵심 변수다.
이번 요구를 계기로 구미 시정 전반에 대한 투명성 검증 요구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 전 행정관이 던진 사과 요구가 실제 행정의 변화를 끌어낼지, 아니면 일회성 정치 퍼포먼스에 그칠지는 김 시장의 향후 동선과 발언에 달려 있다. 시정 운영의 정직성을 둘러싼 공방은 이제 막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