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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리니언시 1호’ 적용해 주가조작 일당 9명 기소

김태수 기자 | 입력 26-05-11 10:08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이 자진 신고자 형벌 감면 제도인 "시세조종 리니언시"를 활용해 코스닥 상장사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하고 관련자들을 재판에 넘겼다. 서울남부지검은 8일 "시세조종 리니언시 1호" 자수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시세조종 일당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대검찰청 검찰발표자료 게시판에도 같은 날 서울남부지검 명의의 수사 결과 자료가 게시됐다.

이번 사건은 시세조종에 가담한 공범 중 한 명이 대검찰청에 리니언시를 신청하면서 수사가 본격화됐다. 리니언시는 범행에 관여한 사람이 자진 신고하고 수사에 협조할 경우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시세조종 사건에서 이 제도가 실제 수사 단서로 작동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검찰은 이번 사건을 "1호" 사건으로 분류했다.

검찰 수사 결과 이들은 2024년 12월부터 2025년 4월까지 차명 증권계좌를 이용해 코스닥 상장사 주식을 대량으로 사고팔며 주가를 끌어올린 혐의를 받는다. 거래 규모는 289억 원 이상으로 조사됐고, 검찰은 이 과정에서 최소 14억 원의 부당이득이 발생한 것으로 봤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총책급 3명을 구속 기소하고, 공범 6명을 불구속 또는 약식 기소했다. 소재가 파악되지 않은 1명은 지명수배됐다.

범행에는 이른바 주가조작 "선수", 현직 증권사 간부, 재력가, 전직 축구선수 등이 역할을 나눠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주가조작 전문가로 알려진 인물이 범행을 기획했고, 증권사 간부가 차명계좌와 대포폰을 이용한 주문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판단했다. 여기에 자금 제공자와 허위 호재를 만드는 역할을 맡은 인물들이 결합하면서 조직적 시세조종 구조가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수사 기록에는 범행자금이 현금으로 전달된 정황도 포함됐다. 공범들은 시세조종에 사용할 자금과 차명계좌, 대포폰을 마련했고, 이를 바탕으로 특정 종목 주가를 단기간에 끌어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이들이 주가를 1900원대에서 7000원대 이상으로 상승시킨 뒤 차명으로 매수한 주식을 처분해 수익을 나누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공범 내부 균열이다. 검찰은 한 공범의 자진 신고를 계기로 수사에 착수했고, 약 2개월 만에 범행 구조와 자금 흐름을 상당 부분 확인했다. 통상 시세조종 사건은 차명계좌, 대포폰, 분산 주문이 얽혀 수사에 시간이 걸린다. 내부자의 진술과 자료 제출이 수사 속도를 높인 셈이다.

검찰은 부당이득뿐 아니라 범행에 투입된 원금까지 몰수·추징하겠다는 입장이다. 시세조종 범죄가 적발되더라도 벌금이나 일부 이익 환수에 그치면 범죄 유인이 남는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실제 검찰은 이번 사건에서 부당이득 14억 원과 함께 작전에 사용된 30억 원 상당의 자금도 환수 대상으로 삼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시세조종 범죄는 일반 투자자에게 직접 피해를 남긴다. 인위적으로 오른 주가를 정상적인 시장 흐름으로 오인한 투자자들이 뒤늦게 매수에 나서고, 작전 세력이 물량을 처분하면 손실은 개인 투자자에게 옮겨간다. 이번 사건에서도 검찰이 "리니언시 1호"라는 점을 부각한 것은 주가조작 조직 내부의 자수를 유도해 폐쇄적인 범행 구조를 깨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리니언시 제도가 시장범죄 수사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을지는 앞으로의 적용 방식에 달려 있다. 자진 신고자가 어느 정도까지 수사에 협조해야 감면을 받을 수 있는지, 주도적 가담자에게도 같은 기준을 적용할 수 있는지, 피해 투자자 보호와 범죄수익 환수가 충분히 이뤄지는지가 함께 따져질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은 첫 적용 사례라는 점에서 수사 성과와 제도 운용 기준을 동시에 남긴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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