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가 외국인 심판과 감독관에게 성 접대를 제공한 것으로 조사된 국제경기 7차례에서 한국 대표팀이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홍명보 전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을 둘러싼 경찰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과거 심판 접대 문제까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축구협회의 경기 운영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7일 공개된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의 대한축구협회 감사 관련 내용을 보면 2011년 3월부터 2012년 3월까지 국내에서 열린 월드컵과 올림픽 예선 3경기, 평가전 4경기 등 모두 7경기에서 외국인 심판과 감독관 등 10여 명을 대상으로 성 접대가 이뤄졌다.
해당 경기에서 주심을 맡은 심판들의 국적은 일본과 아랍에미리트, 이란, 바레인, 우즈베키스탄 등이었다.
한국은 이들이 판정을 맡은 7경기에서 5승 2무를 기록했다. 본선 진출 여부가 걸린 월드컵과 올림픽 예선만 따져도 2승 1무였다.
2011년 9월 21일 열린 런던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 오만전에서는 한국이 2대 0으로 이겼다. 이듬해 3월 14일 카타르와의 최종예선에서는 0대 0으로 비겼다. 한국은 당시 이미 올림픽 본선 진출을 확정한 상태였으며 카타르전을 끝으로 최종예선을 3승 3무 무패로 마쳤다.
당시 올림픽대표팀을 지휘한 감독은 홍명보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었다. 홍 전 감독은 같은 해 런던올림픽에서 한국 축구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을 이끌었다.
A대표팀이 치른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도 승리가 나왔다. 한국은 2012년 2월 29일 쿠웨이트와의 경기에서 2대 0으로 이기며 최종예선 진출을 확정했다.
평가전에서도 패배는 없었다. 한국 A대표팀은 온두라스를 4대 0, 세르비아를 2대 1로 꺾었고 폴란드와는 2대 2로 비겼다. 올림픽대표팀이 중국을 상대한 평가전에서는 1대 0으로 승리했다.
다만 이 같은 경기 결과만으로 심판 판정이 한국에 유리하게 이뤄졌거나 경기 결과가 조작됐다고 단정할 근거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당시 상대 가운데 상당수가 한국보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선 팀으로 평가되지 않았고, 승리나 무승부 자체도 이변으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성 접대 사실과 5승 2무라는 경기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었는지는 별도의 증거와 조사가 필요한 부분이다.
문제는 경기 결과와 별개로 판정을 담당하는 외국인 심판과 감독관에게 축구협회 측이 부적절한 접대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심판의 독립성과 경기의 공정성을 전제로 운영되는 국제경기에서 홈 국가 축구협회가 심판에게 이 같은 편의를 제공한 사실 자체가 논란의 핵심이다.
2016년 문체부는 대한축구협회 전현직 임직원들의 예산 집행 실태를 조사해 부적정한 예산 집행 사실을 적발하고 관련자 징계와 수사 의뢰 등의 조치를 요구했다. 당시 조사에서는 법인카드를 이용해 부적절한 업소에서 비용을 결제한 사례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축구협회는 현재 홍명보 전 감독 선임 과정과 관련해서도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감독 추천과 선임 절차에 협회 관계자들이 부당하게 개입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관련 자료 확보에 나선 상태다.
이번 성 접대 의혹을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해외 일각에서 제기된 심판 매수 주장과 직접 연결할 근거는 현재 확인되지 않았다. 두 사안은 발생 시기와 관련 인물, 경기 자체가 서로 다르며 이번 감사 내용에서도 2002년 월드컵과 관련한 새로운 증거가 나온 것은 아니다.
결국 확인돼야 할 부분은 누가 외국인 심판과 감독관 접대를 결정했고 어떤 비용으로 집행했는지, 축구협회 내부 어느 선까지 이를 알고 있었는지다. 여기에 경기 판정과 관련한 대가성이나 부적절한 요구가 있었는지까지 규명돼야 단순 접대 논란을 넘어 경기 공정성 문제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다.
이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