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33거래일 만에 종가 기준 7,000선을 되찾은 바로 다음 날 국제유가가 배럴당 101달러를 넘어섰다. 반도체를 앞세워 살아난 국내 증시가 중동발 고유가와 미국 국채금리 상승이라는 변수를 동시에 맞게 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9일 전 거래일보다 97.12포인트, 1.40% 오른 7,051.64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7,000선을 넘어선 것은 지난 7월 23일 7,096.89 이후 33거래일 만이다. 장중에는 7,112.48까지 오르며 상승 폭을 키웠다.
상승을 이끈 것은 기관과 반도체였다. 기관은 유가증권시장에서 9,417억원을 순매수했다. 반면 개인은 2조2,874억원, 외국인은 4,271억원을 각각 순매도했다. 개인은 5거래일 연속 매도에 나서 이 기간 순매도 규모가 16조8,356억원에 달했다.
SK하이닉스는 3.51% 상승했고 삼성전자는 보합으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도 18.49포인트, 2.28% 오른 830.37을 기록했다. 미국 증시에서 이어진 반도체 강세와 인공지능 관련 기대가 국내 대형 기술주에 힘을 실었다.
국내 증시가 문을 닫은 뒤에는 국제 금융시장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9일 현지시간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전 거래일보다 3.29달러, 3.36% 오른 배럴당 101.21달러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 지난 5월 22일 이후 약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브렌트유 종가가 100달러를 넘어선 것도 7월 23일 이후 처음이다.
서부텍사스산원유도 급등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WTI는 3.02달러, 3.25% 상승한 배럴당 96.05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유가를 밀어 올린 것은 미국과 이란 사이의 무력 충돌이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의 미군 함정 공격 시도에 대응해 이란 유조선 5척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이란은 요르단 내 미군 기지를 탄도미사일로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충돌이 원유 공급과 해상 운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원유 시장에 반영됐다.
고유가는 국내 증시에도 직접적인 부담이다.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서는 국제유가 상승이 수입물가와 기업의 생산비용을 끌어올릴 수 있다. 물가 압력이 다시 높아질 경우 시장금리와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 증시는 유가 상승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9일 현지시간 S&P500지수는 0.48% 하락한 7,636.36, 나스닥지수는 0.64% 내린 26,253.34로 마감했다. 뉴욕증시는 3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다만 반도체 흐름은 상대적으로 강했다. 미국 반도체 관련주의 강세가 이어지면서 국내 시장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의 움직임이 코스피 7,000선 유지에 중요한 변수가 됐다.
10일 국내 증시에는 선물·옵션 동시 만기라는 변수도 겹친다. 이날은 주가지수 선물·옵션과 개별주식 선물·옵션 만기가 동시에 돌아오는 이른바 "네 마녀의 날"이다. 만기 물량이 한꺼번에 움직일 수 있어 장중 수급 변동성이 평소보다 커질 수 있다.
미국 물가지표도 대기하고 있다. 한국시간으로 10일 저녁 미국 생산자물가지수, 11일에는 소비자물가지수가 발표될 예정이다. 미국의 물가 흐름은 향후 기준금리 경로와 달러 가치, 국내 증시의 외국인 수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다.
외환시장 움직임도 주목된다.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9.5원 내린 1,336.1원에 마감했다. 국제유가가 다시 100달러를 넘어선 상황에서 원화 가치가 어떤 움직임을 보이는지도 이날 국내 금융시장의 주요 지표다.
코스피는 전날 7,051.64로 마감하며 7,000선 위에 51.64포인트의 여유를 확보했다. 10일 장에서는 국제유가 101달러와 선물·옵션 동시 만기, 외국인 수급이 한꺼번에 맞물린다. 장 초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원·달러 환율과 외국인 매매 방향이 코스피 7,000선 유지 여부를 가를 첫 지표다.
정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