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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93.9% "의료사고 법적 부담 때문에 필수과 기피"

이수민 기자 | 입력 26-09-12 16:30



중증·핵심의료 분야를 선택하지 않은 전공의 10명 가운데 9명 이상이 의료사고에 따른 법적 부담과 보호수단 부족을 이유로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필수의료 인력 부족의 원인으로 근무환경과 보상 문제가 거론돼 왔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이른바 "사법 리스크"가 진로 선택에 가장 큰 부담으로 나타났다.

젊은의사협의회 산하 젊은의사정책연구원은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지난해 7월 전공의 369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지역의료·중증핵심의료 인식조사"를 분석한 정책브리프를 10일 발표했다.

조사 대상은 수도권 전공의 2314명으로 전체의 62.7%를 차지했고 비수도권 전공의는 1376명으로 37.3%였다. 정부가 지정한 8개 필수과목 전공의는 1783명, 그 외 전문과목 전공의는 1907명이었다.

정부 지정 필수과목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과 보호수단 부재"라는 응답이 93.9%로 가장 높았다.

이어 의료정책 실행방안의 부정적 영향이 75.1%, 전문의 취득 이후 일자리와 급여 등 안정성 부족이 44.3%를 기록했다. 수련보다 단순 업무에 치중한다는 응답은 22.6%, 정책 결정 과정에서 의사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는 응답은 22.0%였다.

반면 "내실 있는 수련을 받기 어렵다"는 응답은 4.0%에 그쳤다. 수련 과정 자체보다 의료사고에 따른 법적 부담과 정책 환경, 전문의 취득 이후의 불확실성을 더 큰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결과다.

지역별 차이도 거의 없었다.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로 꼽은 비율은 수도권 전공의가 94.0%, 비수도권 전공의가 93.7%였다.

사법 리스크는 진료과 선택뿐 아니라 수련을 계속할 것인지에도 영향을 미쳤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수련 포기를 고려하고 있다고 답한 전공의는 165명으로 4.5%였다. 이들 가운데 83.0%인 137명이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을 수련 포기를 고민하는 이유로 꼽았다. 의료정책과 의료개혁 추진에 대한 부담을 선택한 비율도 79.4%였다.

다만 연구원은 수련 포기를 고려한다고 답한 사람이 165명에 그친 만큼 이를 전체 전공의의 인식으로 일반화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필수과목을 선택해 수련을 이어가고 있는 전공의들에게서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필수과목을 선택했다고 응답한 전공의 1513명에게 계속 수련하는 이유를 복수로 물은 결과 68.9%가 "수련 받은 기회비용으로 선택을 유지한다"고 답했다. 이미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들인 만큼 기존 경력과 전문성을 포기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개인적 보람과 학문적 성취감"은 55.7%, "적성에 맞는다"는 응답은 29.2%였다.

제도적 보호를 이유로 필수과에 남아 있다는 응답은 극히 적었다. "교육·수련환경 등이 충분하다"는 응답은 2.1%에 그쳤고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과 보호수단이 충분하다"는 응답은 0.5%인 7명에 불과했다.

필수의료 기피 현상은 실제 전공의 모집에서도 이어졌다.

2025년도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서는 전체 모집인원 1만3498명 가운데 7984명이 선발돼 충원율이 59.1%를 기록했다. 그러나 소아청소년과는 13.4%, 심장혈관흉부외과 21.9%, 외과 36.8%, 응급의학과 42.1%, 산부인과 48.2%로 모두 절반을 밑돌았다.

의정갈등 이후 처음 실시된 2026년도 상반기 레지던트 1년 차 모집에서도 전체 정원 2725명 가운데 2001명이 선발돼 충원율은 73.4%였다. 의정갈등 직전인 2024년도 상반기 모집 지원율 83.2%에는 미치지 못했다.

과목별로는 소아청소년과 충원율이 20.6%, 심장혈관흉부외과는 25.0%에 머물렀다. 전체 전공의 규모가 회복되는 과정에서도 중증환자를 직접 다루는 일부 진료과의 인력 부족은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젊은의사정책연구원은 중증·핵심의료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의료사고에 따른 법적 부담을 낮추는 안전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4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과 관련해서도 법률의 형식적인 틀이 마련된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 의료현장에서 제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앞으로 마련될 세부 기준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연구원은 의료사고심의위원회 산하 전문위원회의 전문성 확보와 권한 존중, 현장에서 수용할 수 있는 설명의무 체계, 의료사고 판단 가이드라인의 법적 지위와 예측 가능성 확보를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정부가 수가와 수련환경 개선, 지역·필수의료 지원책을 추진하는 가운데 이번 조사에서는 의료사고에 따른 법적 부담이 전공의의 진료과 선택과 수련 지속 여부 모두에서 주요 요인으로 나타났다. 의료분쟁 관련 제도 개편이 실제 현장에서 전공의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보호장치로 작동할 수 있을지가 필수의료 인력 확보와 함께 풀어야 할 과제가 됐다.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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