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대전 중구 서대전공원 광장. 각국 언어와 한국어가 섞인 대화 소리가 녹색 잔디 위를 메웠다. 대전시와 대전출입국·외국인사무소가 공동 주최한 "대전 세계인 어울림 축제" 현장이다. 오는 20일 세계인의 날을 앞두고 열린 이번 행사는 지역 내 외국인 주민 4만 명 시대를 맞아 화합과 정착 지원의 의지를 드러내는 자리가 됐다.
대전사회서비스원과 대전외국인주민통합지원센터가 주관한 이번 축제는 세계문화존, 대전정착존, 어울림존 등 3개 테마를 중심으로 운영됐다. 11개 유관기관이 참여해 각국의 문화를 체험하는 부스를 열고 시민들과 외국인 주민들을 맞이했다. 현장에서는 전통 의상을 차려입은 외국인 유학생들이 시민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거나 자국의 전통 놀이를 소개하는 광경이 반복됐다.
대전 지역의 인구 구조 변화는 이번 축제의 성격을 단순한 잔치 이상으로 규정했다. 현재 대전 내 외국인 주민은 4만 명을 넘어섰으며, 특히 전체 인구 대비 유학생 비율은 29.9%에 달한다. 이는 전국 최고 수준의 수치다. 대전시는 이러한 인구 특성을 고려해 유학생들이 지역 사회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돕는 맞춤형 정착 프로그램을 축제 전면에 배치했다.
대전정착존에 마련된 상담 부스에는 유학생들의 발길이 오후 내내 이어졌다. 학생들은 학업을 마친 뒤 지역 기업에 취업하거나 거주 비자를 변경하는 절차를 꼼꼼히 물었다. 현장 상담원들은 시에서 운영 중인 정착 지원 제도와 관련 법령이 담긴 안내서를 전달하며 상담을 진행했다. 일부 외국인 주민은 언어 장벽이나 정보 부족으로 인해 겪었던 실제 정착 과정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실질적인 도움을 요청했다.
축제에 참여한 시민들과 외국인 주민 사이의 소통 밀도는 높았다. 한 시민은 외국인 주민이 직접 만든 음식을 맛보며 식재료에 대해 질문했고, 유학생들은 서툰 한국어지만 상세하게 설명을 덧붙였다. 행사장 한쪽에서는 여러 국적의 주민들이 어우러져 단체 공연을 관람하며 박수를 보내는 등 교류의 시간이 이어졌다.
다만 화려한 축제 이면에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했다. 행사에 참석한 한 베트남 유학생은 "이런 축제가 열리는 것은 반갑지만, 졸업 후 실제로 지역에 남기 위해 필요한 일자리 정보나 비자 지원은 여전히 부족함을 느낀다"고 전했다. 지자체의 적극적인 정착 유도 방침에도 불구하고 정주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세부적인 제도 정비 속도는 현장의 요구를 완전히 따라잡지 못하는 상태다.
대전시는 이번 축제에서 수렴한 외국인 주민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향후 정착 지원 정책의 실효성을 높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일회성 문화 체험을 넘어 외국인 주민들이 대전의 실질적인 인적 자원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하는 유인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축제는 성황리에 막을 내렸으나 외국인 4만 명 시대의 그늘과 빛은 대전시에 뚜렷한 질문을 남겼다. 급증하는 외국인 인구를 단순히 체류자로 볼 것인지, 아니면 지역 소멸의 대안이 될 새로운 시민으로 포용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제도적 뒷받침이 시급하다. 이번 행사가 남긴 화합의 메시지가 실제 행정 현장에서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가 관건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