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전이 필요한 금융 취약계층에게 초고금리 소액 대출을 해주고, 상환이 어려운 연체자의 계좌까지 범행에 이용한 불법사금융 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광역범죄수사대는 대부업법 위반 혐의로 불법사금융 조직 총책 등 9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3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이 챙긴 범죄수익 약 2억원에 대해 전액 기소 전 추징보전 조치를 했다.
이들은 대부중개 플랫폼에 합법적인 대부업체로 위장 광고를 올린 뒤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의 연락처를 확보했다. 광고를 보고 연락한 대출 희망자의 전화를 바로 받지 않고 연락처를 모은 뒤, 별도의 불법사금융업체를 통해 영업하는 방식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조직은 2022년 4월부터 2025년 3월까지 피해자 46명을 상대로 약 3억원을 빌려주고 약 5억원을 상환받았다. 평균 이자율은 연 2400%에 달했다. 30만원에서 150만원 사이의 소액을 빌려주고 2주 뒤 법정 이자율을 크게 초과한 원리금 상환을 요구하는 방식이었다.
상환이 늦어지면 피해자에게 하루 5만원의 연장비를 부과했다. 일부 사례에서는 하루 만에 원금의 두 배가 넘는 돈을 갚게 한 정황도 확인됐다. 한 피해자는 25만원을 하루 빌린 뒤 다음 날 55만원을 갚아 연 4만3800%에 이르는 이자를 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에는 조직적인 역할 분담도 있었다. 총책을 중심으로 콜직원과 영업팀이 나뉘어 움직였다. 대출 희망자에게 접근해 차용 조건을 설명하고, 상환기일을 관리하고, 연체가 발생하면 추심 압박을 가하는 식이었다. 단순 개인 사채가 아니라 분업화된 불법사금융 조직이었다는 게 경찰 판단이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제도권 금융 이용이 어려운 30대에서 50대 일용직 노동자와 회사원 등이었다. 조직은 피해자에게 자필 차용증을 들고 찍은 사진을 요구했다. 가족과 지인 10명의 연락처도 담보처럼 받아냈다. 돈을 갚지 못하면 이 연락처가 곧 압박 수단이 됐다.
연체가 발생하면 영업팀 담당자가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대출 사실과 차용증 인증 사진을 가족과 지인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했다. 일부 피해자에게는 사회관계망서비스로 차용 사실을 보내겠다는 말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들은 가족과 직장 주변에 대출 사실이 알려질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상환 압박을 받았다.
조직은 연체자의 계좌도 범행에 활용했다. 원리금 상환이 어려운 피해자 6명에게 접근해 이자를 탕감해주겠다며 계좌 제공을 요구했다. 한 피해자는 100만원을 빌린 뒤 2주 뒤 140만원을 갚는 조건으로 대출을 받았다가, 이자 탕감 조건으로 자신의 계좌를 2개월 동안 제공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계좌는 다른 불법사금융 거래에 쓰였다.
경찰은 이들이 피해자 명의 계좌를 활용해 범행 노출을 줄이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불법사금융 조직이 직접 계좌를 쓰지 않고 연체자의 계좌를 끼워 넣으면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쉽다. 피해자는 빚을 갚기 위해 계좌까지 내주는 상황에 몰렸고, 그 계좌가 다시 다른 피해를 만드는 통로가 됐다.
이번 사건은 초단기 소액 대출이 어떻게 불법사금융의 덫으로 바뀌는지 보여준다. 빌린 돈은 수십만원에서 100만원대였지만, 연장비와 초고금리 이자가 붙으면서 상환액은 빠르게 불어났다. 가족과 지인의 연락처, 차용증 사진, 계좌 제공 요구까지 더해지면서 피해자는 단순 채무자가 아니라 조직의 통제 아래 놓였다.
경찰은 금융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 고금리 불법사금융 범죄를 민생 침해 범죄로 보고 단속을 이어갈 방침이다. 경찰은 미등록 대부업체나 법정 이자율을 초과한 사채는 금융 거래가 아니라 범죄라며 피해를 입은 경우 적극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지난해 7월 22일부터 시행된 개정 대부업법에 따라 반사회적 대부계약이나 연 60%를 초과하는 초고금리 대부계약은 원금과 이자 모두 무효가 될 수 있다. 계약서 미교부, 허위 기재, 자격 사칭, 미등록 대부업자의 대부 행위도 이자 무효 대상이 된다. 소액 급전이라는 이유로 가족 연락처와 계좌를 요구하는 거래가 반복되는 한, 불법사금융 피해는 더 은밀하게 확산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