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무상으로 제공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석열 전 대통령이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검찰이 기소한 여론조사 58회 가운데 14회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이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는 13일 윤 전 대통령과 명 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선고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1천396만3천600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함께 기소된 명 씨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뒤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법정구속했다.
윤 전 대통령은 김건희 씨와 공모해 2021년 대선 경선과 본선 과정에서 명 씨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그 대가로 2022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됐다.
기소된 전체 여론조사는 58회로 평가액은 약 2억7천만원이었다. 다만 재판부는 이 가운데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실제 전달됐고, 양측 사이에 무상 제공에 관한 의사 합치가 있었다고 인정되는 14회만 유죄로 판단했다. 범행으로 얻은 재산상 이익은 모두 2천792만여원으로 산정했다.
재판부는 김 씨가 여론조사의 시기와 내용, 공표 여부 등을 명 씨에게 맡겼고 윤 전 대통령도 결과를 전달받으면서 이를 묵시적으로 받아들였다고 판단했다. 윤 전 대통령 부부와 명 씨 사이에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주고받는 데 대한 순차적이고 암묵적인 합의가 있었다는 것이다.
명 씨가 제공한 일부 비공표 여론조사는 표본 수가 실제보다 부풀려졌고, 공표용 조사도 윤 전 대통령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설계됐다고 재판부는 지적했다. 이들 조사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과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판단도 내놨다.
재판부는 여론조사 제공과 김영선 전 의원 공천 사이의 대가 관계도 인정했다. 윤 전 대통령이 정치권 인사 연결과 대선 관련 조언을 받은 데 대한 보답으로 명 씨의 공천 요구를 받아들였고, 장제원 당시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을 통해 공천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봤다.
양형과 관련해서는 여론조사 제공과 공천 개입이 민주정치의 투명성을 훼손하고 정치 불신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윤 전 대통령이 객관적 증거와 배치되는 주장을 이어가며 혐의를 부인한 점도 불리한 사정으로 반영됐다.
명 씨에 대해서도 윤 전 대통령에게 유리한 여론조사 결과를 만들기 위해 표본을 조정하거나 수치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선거 여론조사의 신뢰를 훼손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명 씨가 재판 과정에서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법정구속했다.
이번 판결은 같은 여론조사 수수 혐의로 별도 재판을 받은 김건희 씨가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은 것과 다른 결론이다. 김 씨 사건 재판부는 여론조사가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만 독점 제공되지 않았고, 조사비용에 해당하는 재산상 이익을 얻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정치자금법 위반을 인정하지 않았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해 12월 24일 윤 전 대통령과 명 씨를 기소했다. 지난 5월 결심공판에서는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4년과 추징금 1억3천720만원을, 명 씨에게 징역 3년을 각각 구형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선고 직후 사실관계와 법리 판단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명 씨 측도 대법원 판례에 어긋난 판단이라며 항소 방침을 내놨다.
항소심에서는 58회 가운데 14회만 유죄로 인정한 근거와 여론조사의 재산상 이익 산정 방식, 김영선 전 의원 공천과의 대가 관계가 다시 다뤄질 예정이다. 같은 혐의를 두고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씨 사건에서 서로 다른 판단이 나온 만큼 두 재판부의 법리 차이를 항소심이 어떻게 정리할지도 쟁점으로 남았다.
최예원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