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현대미술의 흐름을 광주에서 만나는 제16회 광주비엔날레가 막을 올렸다. 올해는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를 전면에 내걸고 개인의 신체와 관계에서 사회와 역사, 우주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층위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예술의 언어로 풀어낸다.
제16회 광주비엔날레는 지난 4일 개막행사를 시작으로 5일부터 11월 15일까지 72일간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을 비롯한 광주 곳곳에서 관람객을 맞는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지난 7월 공식 출범한 이후 열리는 첫 대규모 국제 문화행사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았다.
올해 전시 제목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는 독일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1908년 발표한 시 "고대 아폴로의 토르소" 마지막 구절에서 가져왔다.
릴케의 시에서 화자는 파편으로 남은 고대 조각상을 마주한 뒤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광주비엔날레는 여기서 출발해 변화의 구체적인 목적지를 제시하기보다 인간이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 관계를 다시 바라보는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싱가포르 출신 시각예술가 호 추 니엔이 예술총감독을 맡았다. 박가희, 브라이언 쿠안 우드, 최경화 큐레이터가 함께 전시를 구성했다.
본전시에는 22개국 43명·팀의 작가가 참여한다. 전시는 "분자와 나", "신체와 관계", "풍경과 배움", "우주와 변화", "공기와 발화" 등으로 이어지며 개인의 감각에서 출발해 사회와 자연, 더 넓은 세계로 시선을 확장한다.
지난 4일 열린 개막식에는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과 윤범모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 호 추 니엔 예술총감독을 비롯해 국내외 문화예술계 인사와 참여 작가, 전시기획자, 시민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해외 미술계 인사들도 광주를 찾았다.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 서펜타인 갤러리 디렉터와 클라라 킴 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 수석 큐레이터, 토비아스 베이거 타노토 아트 파운데이션 큐레이터, 제8회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을 지낸 마시밀리아노 지오니 등이 개막 행사에 참석했다.
개막식은 선언과 환영사, 호 추 니엔 예술총감독의 전시 소개에 이어 참여 작가들의 공연으로 이어졌다.
식전 행사에서는 김선익과 유한길이 음악 공연을 선보였다. 권병준과 박찬경은 신작 "불림"을 통해 특수 악기와 무선 컨트롤러를 이용한 라이브 사운드 퍼포먼스를 펼쳤다. 비엔날레광장에서는 해파리와 DJ 로즈가 전통음악과 전자음악을 결합한 공연을 선보였다.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은 개막식에서 "광주비엔날레는 지난 30년 동안 시대가 던진 질문에 예술로 답을 찾아왔다"며 "수많은 작품이 인간과 생명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넓히고, 평화를 향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본전시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광주 곳곳에서는 파빌리온과 전시 연계 프로그램이 이어지면서 비엔날레전시관 밖에서도 국내외 현대미술을 접할 수 있다.
개막 주간에는 작가와 관람객이 직접 만나는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5일에는 참여 작가들이 작품과 전시에 대해 이야기하는 전시 연계 토크가 진행됐으며 6일에는 오후 1시부터 5시30분까지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서 큐레이터 투어가 이어졌다.
이번 비엔날레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 직후 열린 국제 문화행사라는 점에서도 이전 행사와 다른 환경에서 출발했다. 광주에서 시작해 30년 넘게 이어진 비엔날레가 행정통합 이후에도 도시의 문화적 정체성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가 함께 놓여 있다.
광주비엔날레는 1995년 처음 시작한 이후 세계 각국의 작가와 큐레이터가 참여하는 국제 현대미술 행사로 성장했다. 이번 전시 역시 11월 15일까지 72일 동안 이어진다.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라는 직접적인 문장을 던진 올해 비엔날레가 관람객에게 정답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작품을 통해 개인과 사회가 익숙하게 받아들였던 관계를 다시 들여다보게 하는 것이 전시의 출발점이다. 행정통합 이후 첫 대규모 국제 문화행사까지 맡게 된 광주비엔날레가 지역의 문화적 자산과 세계 현대미술을 어떤 방식으로 연결할지도 이번 72일 동안 확인해야 할 대목이다.
박호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