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꾸준히 사들이던 개인투자자들이 9월 들어 대규모 매도에 나섰다. 지난 5월부터 이어진 순매수 흐름이 끊기면서 국내 증시를 이끌어온 반도체 대형주의 수급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이달 들어 지난 11일까지 삼성전자를 5조2120억원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도 7조818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두 종목을 합친 순매도 규모만 13조300억원에 달한다.
개인의 매매 방향이 바뀐 것은 5개월 만이다. 개인은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4개월 연속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순매수했다. 주가가 흔들릴 때마다 물량을 받아내며 반도체 대형주의 주요 매수 주체로 움직였다.
특히 삼성전자에 대한 개인 매수 규모는 한때 크게 불어났다. 개인은 지난 5월 삼성전자 주식 9조6050억원어치를 순매수한 데 이어 6월에는 순매수 규모를 17조1190억원까지 늘렸다. 이후 7월 5조470억원, 8월 2조380억원으로 줄었고 9월 들어 순매도로 돌아섰다.
SK하이닉스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인공지능 산업 확대에 따른 고대역폭메모리 수요와 실적 기대를 바탕으로 개인 자금이 유입됐지만 이달에는 매도 물량이 매수 물량을 크게 웃돌았다.
개인의 매도 전환은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크게 오른 상황에서 나왔다. 코스피가 7000선을 넘나들 정도로 상승하면서 그동안 주식을 보유했던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 물량이 시장에 나온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9일에도 코스피가 장중 7000선을 다시 넘어서는 과정에서 개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7000억원 넘게 순매도했다. 당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1%대와 3%대 상승하며 지수를 끌어올렸지만 개인은 5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를 이어갔다.
최근에는 외국인의 매도 규모도 커졌다. 국제유가 상승과 미국 국채금리 움직임 등 대외 변수가 확대되면서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에서 빠져나가는 장면이 반복되고 있다. 개인까지 반도체 대형주에서 매도 우위로 돌아서면서 시장에서는 투자 주체별 수급 변화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은 매도 물량을 받아내는 수급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두 회사가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진행하면서 기타법인 매수가 늘어 외국인과 개인이 내놓은 물량 일부를 흡수하는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
반도체주를 둘러싼 투자 환경도 이전보다 복잡해졌다. 인공지능용 메모리 수요 확대와 실적 개선 기대는 주가를 지지하는 요인이지만 국제유가와 미국 금리, 환율 등 거시경제 변수가 동시에 증시에 영향을 주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 비중이 큰 만큼 두 종목의 움직임은 코스피 전체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상승장에서는 지수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지만 매도세가 집중될 경우 반대로 지수 하락 폭을 키울 수 있다.
다만 9월 개인 매매 동향은 지난 11일까지의 집계로 아직 월간 거래가 끝나지 않았다. 최근 매도세를 개인투자자의 반도체주 이탈로 단정하기보다는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 실현 여부와 남은 기간의 수급을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
지난 4개월 동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계속 사들였던 개인이 9월 들어 두 종목에서 동시에 대규모 순매도로 돌아섰다는 점은 이전과 달라진 흐름이다. 외국인과 개인의 매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자사주 매입 이후 반도체 대형주의 매수 주체가 어떻게 바뀌는지가 코스피 7000선의 향방과 맞물리게 됐다.
정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