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실종신고 허위 종결 사건으로 지휘부가 교체되고 실종수사 체계까지 손질하고 있는 제주경찰에서 현직 경찰 간부의 갑질과 성희롱 의혹이 새로 불거졌다. 신임 제주경찰청장이 취임 직후 공직기강 확립과 신뢰 회복을 내걸었지만 일선 지구대에서 또다시 내부 비위 신고가 접수됐다.
13일 제주경찰청 등에 따르면 제주지역 한 지구대에서 근무하던 50대 A경감이 20대 부하 여직원을 상대로 갑질과 성희롱성 발언을 했다는 신고가 최근 접수됐다.
제주경찰청은 신고 내용을 토대로 A경감에 대한 감찰을 진행하며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경찰은 A경감과 피해 직원을 분리하기 위해 A경감을 시내 지구대에서 외곽지역 파출소로 전보 조치했다.
현재 감찰이 진행 중인 만큼 신고 내용이 사실로 확정된 단계는 아니다. 경찰은 당사자 조사 등을 거쳐 실제 부적절한 언행이 있었는지와 비위 정도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이번 의혹은 제주경찰이 실종신고 허위 종결 사건으로 대대적인 쇄신 작업에 들어간 직후 나왔다.
앞서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경찰관이 실종신고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허위로 종결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제주경찰의 실종사건 처리 체계와 지휘·감독 책임을 둘러싼 논란이 커졌다. 관련 경찰관은 구속됐고 제주경찰 지휘라인에도 후속 인사가 이어졌다.
당시 치안정감 승진 내정자였던 고평기 전 제주경찰청장은 최종 승진 임용에서 제외된 뒤 경찰청 생활안전교통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주서부경찰서 지휘부도 교체 또는 대기발령 조치를 받았다.
후임 제주경찰청장에는 김병찬 치안감이 임명됐다. 김 청장은 지난 3일 부임한 뒤 제주경찰의 신뢰 회복과 조직 쇄신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김 청장은 취임 이후 열린 지휘부 회의에서 "도민과 국민의 눈높이에서 기본을 바로 세우는 것만이 경찰에 대한 신뢰를 되찾는 유일한 길"이라며 공직기강 확립과 실종사건 처리 시스템 개선 등을 주문했다.
지난 9일 취임 기자간담회에서는 실종신고 허위 종결 사건에 대해 담당 경찰관 개인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며 실종사건 처리 시스템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제주경찰은 일선 경찰서에서 4~5명 수준으로 운영되던 실종수사팀을 9명으로 확대하고 야간에도 최소 2명이 근무하도록 체계를 바꾸기로 했다. 실종자의 안전을 경찰관이 직접 대면해 확인한 뒤 사건을 종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조직과 시스템을 동시에 손보겠다는 대책이 가동되는 시점에 경찰 간부의 갑질·성희롱 의혹이 터진 셈이다.
경찰청도 최근 잇따른 경찰관 비위를 차단하기 위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6일까지 전국 경찰관을 대상으로 공직기강 특별경보를 발령했다.
그러나 특별경보 기간에도 경찰관 관련 사건은 이어졌다. 충북경찰청 소속 경찰관이 술에 취해 가족에게 신변을 위협하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혐의로 입건됐고, 서울 용산경찰서 소속 경찰 간부는 식당에서 여성을 추행한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다.
제주경찰 내부에서도 비위 의혹이 다시 불거지면서 일회성 경보나 인사 조치만으로 공직기강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영식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제주경찰 조직의 지역적 폐쇄성을 지적하면서 현지 출신 경찰관들의 조직 문화가 강하게 형성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지휘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범죄수사학과 교수도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특별경보를 발령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정기적인 체험형 비위 예방 프로그램 등 상시적인 예방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제주경찰은 현재 A경감을 상대로 제기된 갑질과 성희롱 의혹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실종사건 허위 종결 사태 이후 지휘부 교체와 수사체계 개편까지 단행한 제주경찰이 이번 감찰 결과에 따라 어떤 후속 조치를 내놓을지도 조직 쇄신의 첫 판단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