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신약 임상시험 승인 청탁 의혹을 둘러싼 공방이 검찰 수사자료 유출 문제로 확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후보자 관련 의혹에 대한 방어 수위를 높이는 동시에 비공개 수사자료를 공개한 한동훈 무소속 의원에게 자료 취득 경위를 밝히라고 압박했다.
민주당은 한 의원이 공개한 문건이 검찰 내부의 사건 처리 예정 보고서 또는 기소계획서와 유사하다는 법무부 판단을 근거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사기관 내부에서만 관리돼야 할 자료가 정치권으로 넘어갔다면 공무상 비밀누설 등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의원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업체 제넨셀의 임상시험 승인 과정에 김 후보자가 관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검찰 수사 당시 작성된 것으로 알려진 녹취록과 기소계획 관련 문건을 잇달아 공개했다. 검찰이 김 후보자를 기소하려 했지만 외압으로 사건 처분이 바뀌었다는 것이 한 의원의 주장이다.
김 후보자는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전달한 내용은 임상시험 승인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는 공익 민원을 살펴봐 달라는 취지였을 뿐, 특정 업체에 특혜를 주도록 요구하거나 치료제의 성능을 보증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자료 공개에 대해서는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김 후보자는 한 의원이 공개한 기소계획서가 위법하게 확보된 자료라면 이를 근거로 한 의혹 제기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취지로 답했다. 장관으로 임명될 경우 자료 유출 경위를 확인하기 위한 감찰을 진행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민주당 지도부도 한 의원을 향한 공세에 가세했다. 김민석 대표는 검찰 내부자료가 불법으로 유출됐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한 의원이 향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당 지도부는 한 의원이 과거 검찰과 법무부에서 근무할 당시 김 후보자 관련 수사 내용을 보고받았는지, 현재 보유한 자료를 어떤 경로로 취득했는지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주당은 김 후보자를 겨냥한 야권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당내 전담팀도 구성했다. 후보자 개인 차원의 해명만으로는 잇따르는 의혹 제기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관련 자료와 수사 과정을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 김동아 의원은 한 의원을 공무상 비밀누설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은 고발인 조사를 진행한 뒤 문건의 성격과 유출 경로, 한 의원의 자료 취득 과정 등을 확인하고 있다. 한 의원에 대한 직접 조사 필요성도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검토할 방침이다.
법무부 역시 문건 유출 가능성을 인정하고 내부 확인에 착수했다. 이진수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은 국회에서 한 의원이 공개한 자료가 검찰의 사건 처리 예정 보고서와 상당 부분 동일하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내부 문서가 유출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한 의원은 여권의 공세가 김 후보자에 대한 검증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공개한 자료는 김 후보자의 로비 의혹과 검찰 수사 과정의 외압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며, 자료 출처보다 문건에 담긴 의혹의 실체가 우선 규명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도 김 후보자가 브로커로 지목된 인물과 어떤 관계였는지, 식약처 임상시험 승인 과정에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를 밝혀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 자료 제출이 충분하지 않았다며 추가 자료 공개와 수사를 촉구했다.
이번 사안은 김 후보자에게 제기된 로비·청탁 의혹과 검찰 내부자료 유출 의혹이 동시에 수사 대상이 되는 양상으로 번졌다. 경찰과 법무부가 문건의 작성 주체와 관리·전달 경로를 확인하는 한편, 김 후보자의 민원 전달이 통상적인 의정활동 범위를 벗어났는지도 규명해야 할 쟁점으로 남았다.
최예원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