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둑의 간판 신진서 9단이 세계 바둑 레이팅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 기사들이 상위권 대부분을 차지한 가운데 신진서는 2위와 100점 이상의 격차를 벌리며 정상에 올라 있다. 한국기원이 발표하는 국내 랭킹에서도 82개월 연속 1위를 기록했다.
27일 세계 바둑 레이팅 사이트 고레이팅스(Go Ratings)에 따르면 신진서는 3906점으로 전체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중국의 쉬자양으로 3771점을 기록했다. 두 선수의 점수 차이는 135점이다.
고레이팅스는 전 세계 프로기사들의 대국 결과를 분석해 순위를 산출하는 민간 레이팅 사이트다. 국제 바둑계에는 모든 국가가 공통으로 인정하는 단일 공식 세계랭킹이 없으며, 고레이팅스는 세계 정상급 기사들의 상대적인 경기력을 비교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이번 집계에서 3위는 중국의 딩하오로 3730점을 기록했다. 4위는 커제 3705점, 5위는 왕싱하오 3704점으로 나타났다.
6위에는 리웨이칭이 3687점으로 이름을 올렸고, 7위는 당이페이 3677점이었다. 8위 구쯔하오 3675점, 9위 리친청 3663점으로 중국 기사들이 상위권에 대거 포진했다.
한국의 신민준은 3660점으로 10위에 올랐다. 11위는 중국의 자오천위로 신민준과 같은 3660점을 기록했으며, 12위는 중국의 양딩신으로 3657점이었다.
상위 12명 가운데 한국 기사는 신진서와 신민준 2명, 중국 기사는 10명이다. 중국이 선수층의 두께에서 강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최상위 자리는 한국의 신진서가 지키고 있다.
특히 2위 쉬자양부터 9위 리친청까지 8명의 중국 기사가 연속으로 이름을 올렸다. 신진서가 세계 1위를 유지하는 가운데 중국 기사들 사이에서는 상위권 순위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신진서는 국내 랭킹에서도 선두를 지켰다. 한국기원이 발표한 2026년 10월 프로기사 랭킹에서 신진서는 1만426점으로 82개월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지난 9월 두 차례 공식 대국에서 모두 승리하며 랭킹 점수 8점을 추가한 결과다. 한국 바둑계에서 오랜 기간 정상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수치로 확인됐다.
국내 2위는 박정환 9단으로 9958점을 기록했다. 3위 신민준 9단은 9951점으로 박정환과의 격차를 7점까지 좁혔다.
4위는 변상일, 5위는 강동윤, 6위는 김명훈, 7위는 이지현, 8위는 김지석, 9위는 안성준, 10위는 한승주가 차지했다.
국내 순위와 세계 레이팅은 산정 방식과 집계 대상이 다르다. 한국기원 랭킹에서 2위인 박정환이 고레이팅스 세계 순위에서도 반드시 한국 선수 가운데 두 번째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고레이팅스는 대국 기록 전체를 반영하는 WHR 방식으로 점수를 산출한다. 상대 선수의 경기력과 대국 결과, 시간에 따른 실력 변화 등을 계산하며 새로운 대국 결과가 반영되면 순위가 달라진다.
따라서 한 시점의 레이팅 순위가 국제대회 우승 횟수나 특정 대회 성적을 그대로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세계대회 우승 경력과 레이팅은 서로 관련이 있지만 동일한 평가 기준은 아니다.
세계 상위권에 중국 기사들이 다수 포진한 배경에는 중국 프로바둑의 폭넓은 선수층이 있다. 중국은 자국 리그와 각종 국내외 대회를 통해 많은 정상급 기사들이 경쟁하고 있다.
쉬자양과 딩하오, 왕싱하오, 커제 등은 국제무대에서 활동하는 중국의 주요 기사들이다. 당이페이와 양딩신 등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도 상위권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은 신진서가 세계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박정환, 신민준, 변상일 등 정상급 기사들이 국제대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국내 랭킹에서는 박정환과 신민준의 점수 차이가 좁혀지면서 상위권 경쟁도 이어지고 있다.
일본은 오랜 바둑 전통과 독자적인 프로기사 육성 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이번 고레이팅스 상위 12명에는 일본 기사가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국가별 경쟁력을 평가할 때는 상위권 인원뿐 아니라 국제대회 성적과 선수 육성 환경 등도 함께 살펴야 한다.
신진서의 세계 1위 유지와 중국 기사들의 상위권 집중은 현재 세계 바둑계의 경쟁 구도를 보여준다. 최상위권에서는 한국 선수가 선두를 지키고 있지만 그 아래에는 중국 선수들이 두껍게 자리하고 있다.
한국 바둑이 신진서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줄이고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다른 정상급 기사들의 성적도 중요하다. 세계 레이팅 상위권에 진입하는 한국 기사가 얼마나 늘어날 수 있을지, 신진서의 뒤를 이을 차세대 선수들이 어떤 성적을 거둘지가 한국 바둑계의 과제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