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감동을 느끼면 엔도르핀보다 강력한 효과를 내는 "다이돌핀"이 분비된다는 이야기가 온라인과 일부 강연을 통해 확산하고 있다. 긍정적인 감정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취지로 사용되지만, 다이돌핀은 현재 의학계가 독립된 호르몬이나 신경전달물질로 인정한 명칭이 아니다.
미국 국립의학도서관의 의학 문헌 검색 자료와 주요 내분비·신경과학 자료에서는 "Daidolphin", "Daidorphin", "Didorphin"이라는 물질의 생성 부위와 분자 구조, 수용체, 생리 작용을 입증한 연구를 확인하기 어렵다. 호르몬으로 인정되려면 인체에서 어떤 조직이 물질을 생성하는지, 혈액이나 신경계를 통해 어디에 작용하는지, 어떤 수용체와 결합하는지 등이 반복된 연구를 통해 확인돼야 한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다이돌핀 관련 설명은 대체로 감동이나 사랑, 감사, 성취감을 느낄 때 분비돼 통증과 스트레스를 줄이고 면역력을 높인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부 게시물은 엔도르핀보다 수천 배 강하다고 주장하거나 암 치료 효과까지 언급한다. 그러나 이런 효능을 뒷받침하는 임상시험이나 동료평가 학술논문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
의학적으로 존재가 확인된 엔도르핀은 이와 다르다. 엔도르핀은 인체가 만들어내는 내인성 오피오이드 펩타이드의 하나로, 통증과 스트레스에 반응해 분비되며 통증 인식과 감정·보상 체계 조절에 관여한다. 베타엔도르핀을 비롯해 엔케팔린과 다이노르핀, 노시셉틴 등이 내인성 오피오이드 계열에 포함된다.
운동과 엔도르핀의 관계는 여러 연구에서 다뤄졌다. 운동 뒤 혈중 베타엔도르핀 농도가 증가할 수 있으며, 이 변화가 통증 감각과 기분 상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보고됐다. 다만 운동 후 느끼는 상쾌함이나 이른바 "러너스 하이"를 엔도르핀 하나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엔도카나비노이드와 도파민, 세로토닌 등 다양한 신경전달체계와 심리적 요인이 함께 작용하기 때문이다.
다이돌핀이라는 말이 실제 신경펩타이드인 다이노르핀을 잘못 옮기거나 변형한 표현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두 용어를 같은 물질로 보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다이노르핀은 카파 오피오이드 수용체에 작용하는 물질로 통증 조절과 스트레스 반응에 관여한다. 동물실험과 일부 인체 연구에서는 다이노르핀-카파 수용체 체계가 불쾌감과 불안, 스트레스 관련 행동과 연결된다는 결과가 보고돼 "감동할 때 나오는 행복 호르몬"이라는 설명과는 차이가 있다.
행복감이나 안정감이 특정 물질 하나의 작용으로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인간의 감정에는 뇌의 보상회로와 자율신경계, 여러 호르몬 및 신경전달물질, 개인의 경험과 주변 환경이 복합적으로 관여한다. 웃음이나 운동, 가족·친구와의 교류가 기분을 개선할 수는 있지만 이를 확인되지 않은 호르몬의 분비 효과로 단정하면 과학적 설명과 심리적 비유가 뒤섞일 수 있다.
다이돌핀은 긍정적인 삶의 태도와 감동의 가치를 설명하기 위한 대중적 표현으로 사용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의학적으로 검증된 물질처럼 소개하거나 질병 치료와 면역력 증진 효과를 단정해서는 안 된다. 특히 특정 활동으로 다이돌핀을 늘리면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다는 주장은 근거가 부족하다.
건강을 위해서는 확인되지 않은 "행복 호르몬"의 효과를 기대하기보다 규칙적인 운동과 충분한 수면, 균형 잡힌 식사, 안정적인 인간관계 등 효과가 축적된 생활습관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온라인 건강정보를 접할 때도 물질의 영문명과 학술논문, 연구기관의 설명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