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이후에도 은행 대출을 갚지 못한 자영업자가 27만명을 넘어섰다. 영업을 중단한 사업자는 줄었지만 이들이 보유한 대출은 오히려 늘었고, 연체 규모는 대출 증가 속도를 크게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홍배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국내 20개 은행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6월 말 기준 폐업한 지 6개월 이상 지난 자영업자 27만5981명의 대출 잔액은 21조12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말 13조7108억원이었던 폐업 자영업자의 대출 잔액은 4년 6개월 만에 7조4092억원 늘었다. 증가율은 54%에 달한다. 집계에는 영업 과정에서 받은 개인사업자대출뿐 아니라 차주 명의의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도 포함됐다.
대출 규모보다 빠르게 늘어난 것은 연체였다. 같은 기간 대출 잔액이 54% 증가하는 동안 연체 잔액은 369.5% 급증했다. 연체율도 2021년 말 0.74%에서 올해 6월 말 2.24%로 1.5%포인트 상승했다. 폐업 자영업자의 연체율이 4년여 만에 세 배 이상으로 높아진 것이다.
차주 수 감소에도 1인당 부채는 더 무거워졌다. 지난해 말 28만3120명이었던 대출 보유 폐업 자영업자는 올해 6월 말 27만5981명으로 7139명 줄었다. 같은 기간 이들의 전체 대출 잔액은 20조7212억원에서 21조1200억원으로 3988억원 증가했다.
이에 따라 차주 한 명이 보유한 평균 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7319만원에서 올해 6월 말 7653만원으로 334만원 늘었다. 사업을 접은 차주는 감소했지만 기존 차주에게 남은 채무 부담은 더욱 커진 셈이다.
자영업자는 폐업하면 영업 수입이 끊기거나 크게 줄어들지만 기존 대출의 원리금은 계속 갚아야 한다. 점포 철거와 임대차 계약 정리, 재취업 준비 등에 추가 비용이 드는 상황에서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한 가계대출까지 보유했다면 상환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인터넷전문은행 대출에서도 비슷한 위험 신호가 확인됐다. 별도의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올해 7월 말까지 인터넷은행 3사에서 개인사업자대출을 받은 뒤 폐업한 차주는 4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이 보유한 대출의 연체율은 9.5%였지만 채무조정을 이용한 폐업 차주는 1726명에 그쳤다.
폐업 자영업자의 채무 문제는 사업 실패 이후의 개인 부채에 그치지 않는다. 연체가 장기화하면 신용 하락으로 재취업과 재창업에 필요한 금융 이용이 제한되고, 담보로 제공한 주택 등 가계 자산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 부실이 누적될 경우 대출을 취급한 금융회사의 건전성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박 의원은 폐업 이후 대출과 연체 부담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며 금융당국이 상환 능력이 떨어진 차주를 조기에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체가 장기화하기 전에 채무조정과 재취업·재창업 지원을 연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금융당국이 폐업 사실과 대출·연체 정보를 연계해 위험 차주를 선제적으로 찾아낼 수 있을지, 채무조정 제도의 이용 문턱을 낮추는 후속 대책을 마련할지가 남은 과제다.
주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