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용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이 20일 공식 취임하며 정치적 중립과 수사 독립성을 조직 운영의 최우선 원칙으로 제시했다. 특정인을 겨냥한 표적수사와 별건수사, 혐의 입증을 전제로 한 장기 수사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김 청장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중대범죄수사청 본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수사 대상이 누구인지, 어떤 지위에 있는지를 막론하고 동일한 원칙과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중수청이 정치적 이해관계나 외부 압력에 흔들리지 않고 법과 증거에 따라 사건을 처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과거 검찰 수사를 둘러싸고 제기됐던 표적수사와 먼지털이식 수사, 별건수사 논란을 언급하며 수사의 정치화를 경계했다. 범죄 혐의가 확인되면 엄정하게 수사하되, 증거와 법리상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 사건은 과감하게 종결하겠다는 기준도 제시했다.
수사 과정에서 인권과 방어권을 보장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강제수사는 필요한 범위에서 신중하게 진행하고, 수사 대상자와 피해자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절차적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설명이다. 수사 성과만을 앞세운 조직 운영에서 벗어나 적법 절차와 책임성을 함께 평가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김 청장은 책임수사제 정착도 주요 과제로 꼽았다. 책임수사제는 사건을 담당한 수사관이 송치로 업무를 끝내지 않고 공소청의 기소 여부와 재판 결과까지 살펴 수사의 완결성과 책임을 높이는 방식이다. 다만 김 청장은 책임수사가 기소 자체를 목표로 하는 것은 아니라며 수사 결과에 따라 혐의 유무를 분명하게 판단하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시행 기준은 별도 매뉴얼로 마련할 계획이다.
조직 내부 인사에서는 출신 기관과 과거 직급보다 전문성과 성실성, 책임 있는 업무 자세와 성과를 평가 기준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검찰과 경찰 출신 수사 인력뿐 아니라 금융·회계·디지털 분야 민간 전문가를 적극적으로 확보해 복잡해지는 중대범죄에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디지털 포렌식과 금융분석, 자금 추적 역량 강화도 향후 과제로 제시했다. 권력형 부패와 대형 경제범죄, 금융·증권범죄 등은 범행 구조가 복잡하고 전자정보와 자금 흐름 분석이 핵심인 만큼 전문 인력과 수사 기반을 조속히 갖춰야 한다는 판단이다.
김 청장은 앞서 전종민 중수청 차장을 팀장으로 하는 조기 안착 전담팀을 구성하도록 지시했다. 전담팀은 부족한 인력과 시설, 전산 시스템 등 수사 인프라를 정비하고 전국 지방중수청의 업무 체계를 구축하는 역할을 맡는다.
중수청은 출범 2주여 만에 초대 청장을 맞았지만 인력 충원과 수사시설 확보, 공소청과의 사건 이송·보완수사 절차 정립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김 청장이 제시한 정치적 중립과 책임수사 원칙이 실제 인사와 사건 배당, 수사 결과에서 어떤 기준으로 구체화될지가 첫 평가 대상이 될 전망이다.
이수민 기자